가맹계약서에 ‘계약종료 후 동일한 업종의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경업금지약정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은 인정될까? 현행 법률에서는 명시한 규정이 없고,
판례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명 브랜드나 영업비밀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을 인정하였으나 배달업종인 경우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경우는 인정하지 않았다.
유명 부대찌개 프랜차이즈인 A부대찌개 가맹점을 하는 김씨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가맹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개인 부대찌개전문점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가맹본부와 체결한 가맹계약서에 경업금지규정이 있고
계약종료 후에도 2년 동안 영업지역 내에서 동종업종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걱정이다.
김씨는 가맹계약 종료 후 동일한 자리에서 다른 상호로 동종업종인 부대찌개전문점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김씨는 계약종료 후 가맹계약서에서 정한 내용과 같이 동일한 자리에서 부대찌개전문점을 할 수 없다.
판례에서는 김씨의 경우처럼 유명 브랜드의 가맹점인 경우 가맹본부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하여 기존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하고
가맹본부의 협력을 받아 형성한 상권을 부당하게 유용한다고 판단하여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경업금지약정이란 동일한 업종에 대하여 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을 말한다.
가맹사업법 제6조 제10호에서는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본부와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인정하고 있으나,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은 법률에서 정하지 않고 있다.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을 가맹본부에서 운영하는 이유는
영업노하우 등 영업비밀에 대해 관련 약정을 하더라도 그 근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실질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경업금지약정으로 쉽게 계약종료 후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관계없이 가맹계약서에 포함하는 경우 가맹점사업자가 이를 준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은 가맹점사업자의 입장에서 영업비밀 침해의도 또는 영업노하우를 침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영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면,
이는 가맹점사업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 운영을 통해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는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이 아니므로
이를 이용한 영업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여 가맹본부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가맹점사업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인지는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판례 1. 죽전문점(경업금지 효력 : 인정 - 가맹본부의 브랜드 가치를 부당하게 유용하였음)
유명 죽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가맹계약을 종료한 후 상호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의 가치에 편승해 기존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할 수 있으므로 경업금지약정은 효력이 인정되었다.
기존 고객이 조리법이나 서비스 제공방식 등이 계약종료 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점포를 계속 방문할 수 있다며, 이는 가맹본부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해 형성한 상권을 계약종료 후에 부당하게 유용하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판례 2. 굴국밥전문점(경업금지 효력 : 인정 - 계약 존속 중 알게 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판단)
굴국밥 가맹점사업자가 계약종료 후 동일한 장소에 상호를 변경하여 동일한 영업을 한 사례에 대해
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은 가맹점사업자가 계약존속 중 알게 된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계약종료 후 동일한 장소에서 동종 영업을 하여 가맹본부의 손해를 끼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동종 장소라는 지리적 제한을 둔 것은 합리적이며 계약종료 후 2년에 한하여 경업금지약정을 인정하였다.
판례 3. 치킨배달전문점(경업금지 효력 : 부정 - 배달업종 특성상 기존 고객 단절됨, 유명브랜드 아님)
치킨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계약 종료 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종을 하여도
경업금지약정 위반이 아니라고 법원의 판결이 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치킨배달전문점은 배달판매가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가맹본부의 가맹점을 검색해 배달주문을 하므로
가맹점 탈퇴는 곧 기존 고객과의 거래관계 단절로 이어지므로
배달치킨 전문점의 경우 동일한 장소에서 상호를 변경하여 영업한다 하여도,
이는 가맹본부의 가치에 편승해 기존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경업금지의무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판례 4. 제과점(경업금지 효력 : 부정 - 브랜드 가치를 유용할 정도가 아니며 영업비밀 침해하지 않음, 유명 브랜드 아님)
제과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간판을 변경하고 동일한 제과점을 계속 운영한 것에 대해
법원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영업비밀과 노하우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하였고,
가맹점사업자가 부당하게 유용할 정도로 가맹본부의 브랜드가 높은 점유율과 인지도가 없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 경업금지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하였다.
가맹본부는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에 대해 가맹점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므로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역과 기간 등을 제한적으로 설정하여 운영하여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가맹계약서에 계약종료 후 경업금지약정이 있는 경우
효력 유무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필요성이 있으며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