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가맹본부 법무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작년에 받아둔 연간 동의서가 있는데 이걸로 올해 판촉행사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지요?” 그가 건넨 동의서를 확인해보니 행사 명칭도, 비용 분담 비율도, 실시 기간도 적혀 있지 않은 포괄적 문서였다. 이 동의서로는 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고 조언하자 담당자는 크게 당황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맹본부가 이처럼 부실한 동의서를 믿고 판촉행사를 강행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약 22억9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외식업종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가맹본부는 연간 프로모션 동의서를 가맹점주들로부터 일괄 수취한 뒤 약 1년6개월간 120회에 걸쳐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동의서에 개별 판촉행사의 명칭, 실시 기간, 가맹점주별 분담 비율과 분담 한도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가맹점주가 개별 행사의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동의서는 적법한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의서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법이 정한 ‘올바른 방식’으로 받지 않았다면 무효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역시 6억4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신메뉴 출시 사은품 판촉행사를 진행하며 가맹점주들에게 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면서도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탓이다. 행사가 끝난 뒤 비용을 일괄 청구했고 판촉물이 소진되지 않으면 미판매분 비용까지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가 비용을 분담하는 광고·판촉행사를 할 때 광고는 전체 가맹점주의 50% 이상, 판촉행사는 70%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의는 문서, 내용증명, 전자우편,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 포스(POS) 등 동의 시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공지나 구두 동의는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맹본부 법무팀이 자주 범하는 오해도 있다. 광고·판촉 비용 분담 약정은 원칙적으로 가맹계약서와 별도의 약정서로 체결해야 한다. 기존 가맹계약서 내부에 단순 조항으로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아울러 가맹점주가 부담할 비용 항목과 집행 기준은 정보공개서에도 실제 운영 방식과 일치하게 기재돼 있어야 한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의무는 남는다. 가맹사업법은 광고·판촉행사 종료 후 집행 내역을 가맹점주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자료 열람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지 않으면 향후 분쟁 발생 시 가맹본부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법무팀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현재 사용 중인 동의서가 행사 명칭, 실시 기간, 분담 비율, 분담 한도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지 확인하고 연간 포괄 동의서 방식이라면 즉시 보완해야 한다. 가맹계약서와 정보공개서의 기재 내용이 실제 운영과 일치하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번 제재 사례에서 해당 가맹본부들이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공정위는 관행이 아니라 법령 요건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광고·판촉행사를 자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일수록 규모에 비례해 위험도 커진다. 가맹계약서와 정보공개서를 포함한 동의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윤성만 윤성만프랜차이즈법률원 대표(가맹거래사)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