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맹사업법 제32조의2에 근거해 매년 시행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실태조사’는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지표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5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개 가맹본부와 1만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불공정거래행위 경험률이 전년 대비 7.1%포인트 감소했고 필수품목 제도 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직접 가맹본부들을 상담하고 자문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 수치들이 과연 실상을 제대로 반영한 건지 의문이다.
현행 실태조사는 전적으로 설문조사에 의존한다. 문제는 응답자들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답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가맹점사업자들은 ‘필수품목 공급가격 산정 방식 기재’ 등 가맹사업법 용어 자체가 낯설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건 가맹점사업자 대부분이 법조문을 정확히 이해하기보다 막연한 인상이나 자기 경험에 의존해 답한다는 점이다.
실태조사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 바로 표준가맹계약서 사용 여부다. 이번 조사에서 가맹본부의 96%가 ‘표준가맹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검토한 수백건의 가맹계약서 중에서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가맹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가맹본부는 손에 꼽힌다. 그렇다면 왜 96%라는 수치가 나왔을까? 응답자들이 ‘법에 맞게 작성된 계약서’와 ‘공정위 표준가맹계약서’를 같은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96%라는 숫자는 법에 맞는 계약서 쓰는 비율일 뿐이다.
필수품목 제도 개선 인지율 66.5%, 거래조건 변경 협의 의무제 인지율 52.2%라는 수치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제도를 안다는 것과 그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태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발표는 화려하게 하는데 다음이 없다. 실태조사는 그냥 연례행사로 전락했다.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정보공개서 정기 변경등록 심사할 때 가맹계약서 사본, 예상매출액 산정서 사본, 정보공개서 제공확인서 등도 함께 제출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맹본부가 법을 실제로 지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설문조사와 문서 검토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가맹점사업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설문으로 파악하되 가맹본부가 법을 지키는지는 실제 제출된 계약서나 자료로 확인하는 식이다. 그래야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사실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표본으로 뽑힌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실제 계약서 내용이 구체적인지, 협의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가맹점사업자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면 가맹점사업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방법이다.
조사 결과를 정책으로 빨리 연결해야 한다. 법 위반 혐의가 많이 발견된 분야는 바로 직권조사로 넘기고 조사에서 나온 문제점은 법령 개정에 즉시 반영해야 한다. 보고서로만 끝나면 안 된다.
프랜차이즈 실태조사는 생태계 건강을 확인하는 정기검진과 같다. 진단이 부정확하면 처방도 잘못 나올 수밖에 없다. 96%가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는 통계를 믿고 제도가 잘 작동한다고 판단한다면 계속 방치되고 있는 현장의 문제를 영영 해결하지 못한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기초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신속히 마련할 때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의 진정한 상생이 가능해진다.
/윤성만 윤성만프랜차이즈법률원 대표(가맹거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