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리미엄 바비큐 프랜차이즈 ‘하남돼지집’과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하남돼지집은 PB(자체브랜드) 상품과 배달용기를, 버거킹은 세척제를 각각 필수품목으로 강제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가맹본부들이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지정한 품목들이었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하남돼지집과 버거킹에 각각 8000만원,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필수품목'이라고 부르는 ‘구입강제품목’을 둘러싼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실제 두 사건을 모두 가맹본부가 고의로 법을 어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현행 규정의 모호함 때문에 발생했다. 즉 어떤 기준으로 필수품목을 지정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정위는 필수품목 여부를 판단할 때 두 가지를 본다. 첫 번째는 ‘정말 가맹사업에 꼭 필요한 품목인가?’다. 두 번째는 ‘가맹점주가 다른 곳에서 사면 제품의 일관성을 지킬 수 없는가?’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 기준들이 애매하기만 하다.
일례로 커피 전문점에서 원두는 당연히 필수품목이다. 반면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일회용 컵은 어떨까? 시중에서 유사한 품질의 무지 컵을 구입할 수 있다면 과연 '상품의 동일성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품목일까?
치킨 전문점도 마찬가지다. 닭고기와 양념소스는 명백히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이다. 그런데 치킨박스나 사이드 용기는 애매하다. 치즈볼을 담는 용기가 주 메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필수품목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일관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 복잡한 것은 포장재의 경우다. 배달 시 제공되는 일회용 숟가락이나 젓가락에 프랜차이즈와 무관한 로고가 기재돼 있으면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공정위 기준상 ‘상품의 동일성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결국 같은 기준이라도 품목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밖에 없어 가맹본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많은 가맹본부들이 고민하는 것은 브랜드 차별화 요소와 필수품목 지정 사이의 경계선이다. 예를 들어 특별한 모양이나 색상의 포장용기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가맹본부의 노력은 마케팅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필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포장용기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과연 ‘가맹사업 경영에 필수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런 애매한 품목들에는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마케팅 목적의 차별화 요소라면 권장품목으로 분류하고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소는 필수품목으로 분류하는 등의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가 지향하는 ‘로열티’ 위주의 가맹사업 구조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가맹점 매출이 올라야 가맹본부 매출도 올라가는 상생구조를 만들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런 이상적인 구조로의 전환과정에서 가맹본부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절차다. 지금처럼 명확한 기준 없이 처벌부터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제도 개선을 이뤄낼 수 없다.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제도 개선의 핵심은 구체적인 기준 제시에 있다. 두 가지 기준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 법 위반을 예방하고 이를 통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건전한 프랜차이즈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정위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할 때다.